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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선택이 아닌 필수

홍수, 가뭄,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여름만 해도 전 세계는 각종 기상재해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독일, 벨기에 등지에서는 백 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캐나다는 역대 최고 온도 기록을 경신하는 등 폭염이 지속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죠. 비단 최근 한두 해만의 일도 아닙니다. 1970년대 이후 폭염의 발생 빈도와 그 지속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2018년에는 역대 최장기간의 폭염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중부지방과 제주에 역대 최장기간 장마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해마다 기상현상의 기록 경신이 이어져 이제는 오히려 이런 일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상황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기상재해로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약 12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향후 이보다 더욱 늘어날 것은 자명해 보이니까요.


탄소중립이란?

출처: 픽사베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대응의 시급성이 커지면서 2050년에 모든 나라가 넷 제로, 즉 탄소중립을 이뤄내는 것은 이제 이 세기 최우선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환경 이슈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 ‘넷 제로’는 과연 무엇일까요?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 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1].




건강한 지구를 위한 탄소

과학적으로 보면 지구는 온실가스 덕분에 적당한 태양광선을 머금고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건강한 지구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 중 70%, 약 238W/㎡를 흡수합니다. 이 에너지는 여러 가지 기상 현상이나 해류 등을 일으키며, 마지막에는 우주 공간으로 다시 빠져나가 복사 평형을 이룹니다.

지구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복사 평형, 출처: 픽사베이

과도한 탄소 배출은 기후 온난화로

그러나 산업혁명 초기인 18세기 중엽부터 과하게 배출되어온 온실가스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높이며 병든 지구는 더 많은 복사에너지를 흡수하게 되었습니다. 기후 온난화의 시작인 것이죠. 이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27.8%로 높은 한국도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021년 여름, 독일, 벨기에 등지에서는 백 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출처: 픽사베이

기후 상승 억제를 위한 노력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제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했습니다. 교토의정서 유효기간은 2020년까지여서 2021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협정을 맺은 것이 2015년 맺은 파리협정입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 '파리협정'의 시행 원년은 2021년이었습니다.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 르 부르제에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었다. 출처: 환경부, 파리협정 다시 보기

2050년까지 1.5℃로 억제해야 하는 이유

탄소중립과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장기적 목표가 세워졌다. 출처: 픽사베이

파리협정은 2050년까지 산업화 이전인 1750년대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 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의 과학적 근거는 바로 2014년에 발표된 UN 산하 정부 간 협의체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기인합니다. 이 평가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농도의 미래 추정치에 대한 새로운 시나리오로 대표농도경로(RCP,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를 채택했습니다.

대표농도경로(RCP)

여기서 잠깐 대표농도경로에 대해 짚어보고 가도록 하죠. IPCC 소속으로 세계적인 기상학자와 관련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연구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들 연구 결과에 따라 대표농도경로로 네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 시나리오에 따라 미래 기후를 추정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도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IPCC 보고서와 기후 모델링은 특정한 농도 값에 집중하였으나 대표농도경로에는 복사강제력(Radiative Forcing)의 정도에 따라 RCP2.6, RCP4.5, RCP6.0, RCP8.5 등 네 개의 RCP 추정 값이 존재합니다 [5]. 여기서 RCP 숫자의 의미는 복사강제력, 즉 온실가스 등으로 에너지의 평형을 변화시키는 영향력의 정도, 그러니까 온실가스의 증가로 초래되는 에너지의 불균형을 말합니다. 단위는 W/㎡입니다.

RCP 시나리오에 따른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출처: 기상청

복사강제력은 온실가스의 농도에 비례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RCP8.5 그래프를 봅시다. 매우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2100년이 되면 그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920 ppm까지 올라가네요. 이것은 지구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가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로 8.5 W/㎡만큼 에너지 불균형을 만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는 지금 농도인 약 420 ppm의 약 2배에 육박하게 되고, 지구 온도는 5℃(연 최고기온 5.4℃, 연 최저기온 6.2℃) 이상 상승하게 됩니다. 이 복사강제력에 대한 공식은 IPCC 제4차 보고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와 복사강제력의 관련을 보여주는 복사강제력 공식. 출처: Stabilizing CO2 Concentrations | METEO 469, psu.edu [6]

여기서 ∆Fco₂는 이산화탄소의 복사강제력을, [CO₂]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CO₂]₀는 초기 이산화탄소 농도, 즉 산업화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280 ppm)입니다. 위의 공식에서 볼 수 있듯이 복사강제력은 온실가스 농도에 비례함을 볼 수 있습니다.

RCP, SSP 기후전망 시나리오

그럼, 다시 온실가스 농도에 따른 기후전망 시나리오를 살펴볼까요? 대표농도경로(RCP)에 이어 IPCC는 이후 6차 평가보고서에서 RCP 시나리오에 미래 인구수, 토지이용 등 사회 경제학적 요소까지 고려한 공통사회 경제경로(SSP,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에 따라 기후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SSP 시나리오의 첫 번째 숫자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사회·경제적 노력, 두 번째는 RCP 시나리오와 같이 2100년 기준의 복사강제력을 나타냅니다.

RCP와 SSP 시나리오 비교, 출처: 기상청, 표 재구성

그러나 2022년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을 넘은 상태라 RCP2.6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7].

IPCC 총회에서 채택된「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

1.5℃ 억제 목표에 세계 각국을 설득해 동참을 이끌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각 나라 저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는 1.5℃ 억제 목표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여 적극적 동참을 권유하기 위해 IPCC에 공식적으로 특별보고서를 요청했습니다.

그리하여 2018년 10월, 한국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IPCC 총회에서 전 세계 195개국이 치열한 논의 끝에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 를 승인하고, 파리협정 채택 시 합의된 2050년까지 1.5℃ 목표를 다시금 당사국들이 확인했습니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 특별보고서를 채택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요청했다. 출처: 기상청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2℃ 이상 상승할 경우, 폭염 한파 등 보통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 이상 상승할 경우 해수면은 1.5℃에 비해 10cm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인구 1,0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산호도 99% 이상 소멸되며 물 부족 인구도 최대 50% 늘어나고, 기후 영향 빈곤 취약 인구는 최대 수 억 명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상승 온도를 1.5℃로 제한할 경우 2100년까지 해수면이 10cm 덜 상승, 생물 다양성, 건강, 생계, 식량과 물 공급, 인간 안보 및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이 2℃보다 대폭 감소합니다 [1][4].

지구온난화 1.5℃와 2.0℃ 주요 영향 비교, 출처: 「지구온난화 1.5℃」SPM

1.5℃,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

그러나 현재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30-2052년 사이 1.5℃ 초과할 것이라고 합니다.

IPCC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여야 한다는 경로(RCP)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70여 개 국가가 이미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30여 개 국가가 동참을 검토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처럼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용어 정리

  • 온실가스 : 수증기, CO2, CH4, N2O, SF6, HFC, PFC, O3, 국가에서 관리하는 온실가스는 CO2, CH4, N2O, SF6, HFC, PFC 6가지

  •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IPCC에는 전 세계 과학자가 참가해 기후변화 추세 및 원인규명,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학적·사회경제적 영향 평가와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함. 기후 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인정되어 2007년 노벨 평화상 수상하였음.

  • ppm: parts per million(1/106), 백만분의 일


참고 &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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